요즘 제가 내친구 케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서비스를 만든 사람 입장에서 기능을 설명하려는 글은 아닙니다. 그냥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바쁘게 일하는 아빠 입장에서, 제 딸 서아와 직접 사용해본 이야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이 서비스를 만들게 된 이유도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 “학원은 어땠어?”, “재미있는 일 없었어?” 라고 물어보지만, 대화가 생각처럼 길게 이어지지 않는 날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저녁이 되어서야 아이를 제대로 보게 되는 날이 많고요. 궁금한 건 많습니다. 요즘 누구와 친한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학원에서는 힘든 게 없는지, 이번 주에 어떤 일이 가장 재미있었는지... 그런데 막상 아이 앞에 앉으면 결국 나오는 질문은 또 비슷합니다.
“오늘 어땠어?”
그래서 내친구 케이를 만들면서 가장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하나였습니다. 이 서비스가 실제로 부모와 아이의 대화에 도움이 될까? 제 딸과 직접 사용해봤습니다.
처음에는 하루 리포트부터 봤습니다
서아가 케이와 이야기하고 나면 부모에게는 아이의 하루를 정리한 리포트가 나옵니다. 어느 날 리포트에는 서아가 수학학원에서 문제를 잘 풀어 성취감을 느꼈다는 내용과 로블록스 게임을 가족과 함께 해보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키즈카페에 가는 것, 침대에서 쉬는 것, 초성 퀴즈 같은 것도 좋아하고 있었고요.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아, 오늘은 이걸 물어보면 되겠네.”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같이 살고 있으니까 대충은 압니다. 그런데 ‘대충 아는 것’과 ‘오늘 이야기할 소재를 아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오늘 학원 어땠어?” 보다 “오늘 수학 문제 잘 풀었어?” 라고 묻는 게 훨씬 구체적입니다. “게임 재미있어?” 보다 “요즘 로블록스에서 뭐 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 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요. 저처럼 바쁜 아빠에게는 이 작은 차이가 꽤 컸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쌓이니까 더 재미있었습니다
며칠 동안 사용한 뒤 서아의 주간 리포트를 봤습니다.
8월 1일부터 7일까지의 내용을 한 번에 보니 하루 리포트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흐름이 보였습니다. 방학 동안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 친구 집, 놀이터, 키즈카페, 아이스링크 등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말랑이나 슬라임처럼 손으로 만드는 활동을 좋아하고, 영상은 총몇명이나 쇼츠를 보고, 로블록스 게임도 즐긴다는 내용이 한꺼번에 정리돼 있었습니다. 반면 영어와 수학 학원 숙제가 많아 피곤해하기도 하고, 연산 문제 때문에 걱정했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칭찬받았던 순간에는 기분 좋았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하나하나는 제가 들었을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일주일을 통째로 이렇게 정리해서 본 적은 없었습니다. 부모는 아이와 매일 같이 살아도 아이의 일주일을 이렇게 한 장으로 보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요즘 무엇을 좋아하나’가 보였습니다
상세 리포트를 보니 서아가 방학 동안 친구나 가족과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스케이트나 키즈카페처럼 활동적인 시간을 즐긴다는 것도 보였습니다. 혼자 노는 것보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연결됐고요. 제가 여기서 좋았던 것은 아이를 어떤 유형으로 판단해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최근에 서아가 어떤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는지를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정보가 훨씬 현실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요즘 뭐가 좋아?” 라는 질문 대신 “아이스링크 또 가고 싶어?” 라고 물을 수 있으니까요. 대화가 훨씬 쉬워집니다.
아빠 입장에서 특히 눈에 들어왔던 건 학원 이야기였습니다
주간 리포트에는 즐거웠던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학원 숙제 때문에 부담을 느꼈던 내용도 있었습니다. 특히 숙제가 많거나 연산 문제를 어려워할 때 걱정했던 이야기가 정리돼 있었습니다. 추천 가이드에서는 학원 숙제로 부담을 느낄 때 따뜻하게 격려해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나 편하게 쉬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라는 대화 실마리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제가 중요하게 느낀 건, “숙제가 힘들대”라는 정보를 얻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모가 그 내용을 보고 “숙제 왜 안 했어?” 라고 묻는다면 제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와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오히려 “요즘 숙제가 좀 많지?”, “오늘은 힘들었어?” 처럼 아이가 말을 이어갈 수 있는 질문을 건네는 게 목적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겁니다.
주말에 뭘 할지도 아이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서아의 주간 추천 가이드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다시 가고 싶어 했던 아이스링크나 키즈카페에 가보거나, 집에서 가족과 함께 로블록스 게임을 해보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 부분도 꽤 현실적이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주말마다 이런 고민을 합니다. “이번 주말엔 애랑 뭐 하지?” 그런데 사실 답은 아이가 이미 이번 주 내내 이야기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그걸 다 기억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내친구 케이"가 그 이야기를 모아서 보여주니 “이번 주말엔 아이스링크 한번 가볼까?” 라고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를 직접 써보면서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괜찮은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개발자로 볼 때와 아빠로 볼 때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가 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니 당연히 화면이나 기능부터 보게 됩니다. 리포트가 제대로 생성되는지, 내용이 너무 길지는 않은지, 버튼은 잘 동작하는지, 데이터는 정상적으로 연결되는지. 그런데 제 아이 이름이 들어간 실제 리포트를 보는 순간부터는 그런 게 먼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번 주 서아는 이런 걸 좋아했구나.”, “이건 오늘 한번 물어봐야겠다.” 개발자로서는 기능이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아이와 이야기를 시작할 소재였습니다. 제가 내친구 케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아이의 모든 것을 부모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친구 케이는 아이가 케이와 나눈 대화를 부모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그 방식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도 자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부모 역시 아이가 한 말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 원문이 아니라, 아이의 하루와 관심사를 이해하고 오늘 자연스럽게 말을 걸 수 있는 정도의 요약과 대화 실마리라고 생각합니다. 내친구 케이가 부모 대신 아이와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와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은 결국 부모입니다. 케이는 그 사이에서 “오늘은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세요.” 라고 살짝 연결해주는 역할이면 충분합니다.
바쁜 부모에게 부족한 건 관심이 아니라 ‘시작점’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바쁜 아빠입니다.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알고 싶은 건 많습니다. 하지만 매일 모든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부모에게 하루를 보고하듯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내친구 케이를 제 아이와 직접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부모에게 필요한 게 반드시 더 많은 정보는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오늘 아이와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작은 실마리. 저에게는 그게 가장 유용했습니다.
지금은 실제 가정에서 확인해보는 단계입니다
물론 제 아이에게 잘 맞았다고 해서 다른 아이에게도 똑같이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케이와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 부모가 실제로 리포트를 보는지, 그리고 그 리포트가 실제 부모와 아이의 대화로 이어지는지. 이건 제가 혼자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4주 무료 베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좋다는 이야기만 듣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 아이는 재미없어해요.”, “이 리포트는 별로 안 봐요.”, “이 부분은 정말 유용했어요.” 같은 실제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AI가 부모를 대신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부모가 아이의 오늘을 조금 더 이해하고, 한마디라도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
서아와 직접 사용해보면서 적어도 아빠인 저에게는 그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이제 다른 부모와 아이에게도 정말 그런지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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